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영웅에게 걸맞은 최후를 준비해두었습니다.
명심하세요.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당신은 영웅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마음을 전하고 싶을 뿐이야. 오늘도 세상은 크고 작은 사건들로 소란스럽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당신과 관계 없는 타인의 이야기, 따라서 어떤 유별난 일도 시간이 흐르면 금새 잊혀지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되어가기 마련입니다. 어느 후미진 골목에서 소사체가 발견되었다던 뉴스도, 오랜 시간을 들여 복원된 어느 그림에 대한 소식도 역시나 당신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죠.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들려오기 시작한 KPC의 도플갱어에 대한 소문도… … … 정말 타인의 이야기일까요?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군가의 인기척…. ,낯선 인기척과 불편한 호흡으로 눈을 뜹니다. 그 곳은 당신이 잠들었던 곳이 아닌 비좁은 사각 락커 안, 당신과 불편하게 들어차 있는 또 다른 한 명은 어제 가벼운 다툼을 해버리고만 그 아이. 그나저나 왜 우리 이런 곳에 들어와 있는 거지? 이건 왠 교복? 잠옷은 어디 가고? 먼 곳에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락커 문에 난 가느다란 틈 너머, 교실의 문이 열립니다….
한가로운 저녁, 연말인데 할 것도 없고 지루하기만 합니다. TV에서는 철 지난 할로윈 영화가 나오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무언가 말을 하고 있군요. 본인이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알아왔다면서요.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울립니다. 받아보면 제발 내가 있는 칵테일 바로 와달라며 엉엉 우는 KPC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한 번쯤 달려야 할 때가 오잖아. 여름의 입구. 중간고사도 끝나고 학생들은 하나같이 다가올 여름 축제나 부활동 등에 열을 올릴 무렵입니다. 그리고 한가로이 교사를 걷던 PC 곁으로… 쨍그랑! 유리창이 깨집니다. 이어서 빠르게 자리에서 멀어지는 다급한 발소리. 순식간에 PC 혼자 남겨진 사고현장으로 한 박자 천천히 나타나는 것은 운 나쁘게도 신임 교사인 KPC입니다. 그는 당신이 한 짓이 아니라는 변명도 듣지 않고, 유리를 깬 벌이라며 PC에게 일주일간의 수영장 청소를 맡기는데…